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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봉(2002-10-11 18:56:59, Hit : 3375, Vote :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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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을에 생각나는 詩人 고정희...


시인 고정희는 1948년 해남에서 출생하여
한국 신학대학을 졸업하였다.
박남수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하여,
초혼제(1983),지리산의 봄(1987),
아름다운 사람 하나(1991) 등의 시집을 간행하였다.

여성 운동가인 시인은 지리산을 몹시도 좋아 하였으나,
1991년 6월 호우속에 뱀사골의 간장소를 건너다
실족하여 아쉽게도 작고 하였습니다.

평소에 시인을 좋아하여 구입한 시집중에 있는
시 한수를 소개합니다.


지리산의 봄1  -뱀사골에서 쓴 편지-


남원에서 섬진강 허리를 지나며

갈대밭에 엎드린 남서풍 너머로

번뜩이며 일어서는 빛을 보았습니다.

그 빛 한 자락이 따라와

나의 갈비뼈 사이에 흐르는

축축한 외로움을 들추고

산목련 한 송이 터뜨려 놓습니다.

오몸을 싸고도는 이 서늘한 향기,

뱀사골 산정에 푸르게 걸린 뒤

오월의 찬란한 햇빛이

슬픈 깃털을 일으켜 세우며

신록 사이로 길게 내려와

그대에게 가는 길을 열어줍니다.

이득한 능선에 서 계시는 그대여

우뢰 소리로 골자기를 넘어가는 그대여

앞서가는 그대 따라 협곡을 오르면

삽십 년 벗지 못한 끈근한 어둠이

거대한 여울에 파랗게 씻겨내리고

육천 매듭 풀려나간 모세혈관에서

철철 샘물이 흐르고

더웁게 달궈진 살과 뼈 사이

확 만개한 오랑캐꽃 웃음 소리

아름다운 그대 되어 산을 넘어갑니다.

그름처럼 바람처럼

승천합니다.


[뱀사골 계곡의 가을...사진 하성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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